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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콜레스테롤

고혈당 관리를 위한 나의 여정기

by 미래를위하여 2025. 3. 21.



2021년 8월 15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여름날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검진 결과지 한쪽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공복혈당 128mg/dL 수치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나 같은 30대 초반에게 고혈당이라니..." 팥빙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버텨온 여름이 문득 후회되더라고요. 🥵


의사 선생님은 "고혈당 관리를 지금부터 제대로 안 하면 당뇨병으로 진행될 수 있어요"라고 하셨어요. 그날 저녁, 망연자실한 상태로 강남역 인근 분식집에서 마지막 떡볶이를 먹었어요. '이제 이런 음식과 작별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떡볶이 국물까지 다 마셨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어요.

처음 2주간은 '고혈당 관리가 뭐 어렵겠어'라는 자만심으로 시작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맛봤어요. 오전 9시 단백질 쉐이크, 점심 샐러드, 저녁 닭가슴살... 3일 만에 포기했죠. 그때 언니가 건넨 조언이 지금도 귀에 맴돌아요. "등산도 한번에 백두산 정상 가려고 하면 실패하잖아. 우선 동네 뒷산부터 시작해."

그래서 '백두산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제 고혈당 관리 플랜은 이렇게 시작했어요:

△ 첫째 주: 저녁 9시 이후 음식 안 먹기
△ 둘째 주: 탄산음료 대신 보리차 마시기
△ 셋째 주: 아침에 10분 스트레칭하기
△ 넷째 주: 백미밥 대신 잡곡밥 먹기

이런 식으로 한 주에 하나씩만 바꿨어요. 생각보다 쉬웠죠.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부담스러운 '고혈당 관리'가 아니라 그냥 제 일상이 되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제 생일이었던 10월 3일이에요. 친구들이 케이크를 사왔는데, 평소 같으면 한 조각도 모자랐을 텐데, 그날은 작은 조각 하나만 먹고 만족했어요. 친구들이 "너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봤을 때, "나 요즘 고혈당 관리 중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그 순간이 제 변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큰 깨달음을 얻은 건 대학동창 모임에서였어요. 평소 보기 힘든 친구들이라 술자리가 길어졌는데, 다음 날 아침 혈당 측정값이 143mg/dL로 급상승했어요! 술이 혈당에 이렇게 영향을 주는지 몰랐거든요. 그날부터 음주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소주 반병까지는 다음 날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지만, 그 이상 마시면 바로 숫자로 응징이 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소맥 2잔 룰'이 생겼어요.

운동은 정말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어요.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당뇨 운동'을 검색해서 따라했는데,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어요. 우연히 회사 앞 당구장 '쿠션볼' 이벤트에 참가했다가 당구의 매력에 빠졌어요. 당구가 생각보다 전신운동이더라고요. 한 시간만 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집중해서 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동료와 함께 치는 게 저의 고혈당 관리 루틴이 됐어요. 🎱

식단 조절할 때 가장 도움된 건 '성수동 채소가게 할머니'였어요. 할머니께서는 제가 고혈당이라고 말씀드리니 매주 제철 채소와 요리법을 알려주셨어요. "이 열무는 쌈으로 먹으면 혈당이 덜 올라, 이 도라지는 살짝 데쳐서 참기름에 무쳐 먹어." 할머니 덕분에 식재료에 대한 지식도 늘고, 요리하는 재미도 붙었어요. 전에는 배달음식만 시켰는데, 지금은 주말마다 건강한 도시락을 준비해 한강으로 소풍 가는 게 취미가 됐어요.

잘 지내던 중 작년 추석 연휴가 고비였어요. 고향에 내려가니 할머니께서 "살이 빠져서 못생겨졌다"며 온갖 음식을 권하셨거든요. 명절 음식을 거절하기 어려워 결국 3일 동안 고혈당 관리는 잠시 미뤘어요. 돌아와서 혈당 측정기를 보는 게 두려웠는데, 의외로 크게 오르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명절 내내 친척 아이들과 술래잡기, 윷놀이하면서 움직임이 많았던 게 도움이 됐나 봐요. 이때 깨달았어요. 고혈당 관리는 완벽한 실천보다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요.

지금은 월 1회 작은 일탈을 허용해요. '치팅데이'라고 부르는데, 매달 마지막 토요일은 먹고 싶은 거 한 가지를 마음껏 먹어요. 지난주는 광화문 떡볶이 골목에서 엽떡 매운맛을 도전했는데, 역시나 다음 날 혈당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이런 작은 일탈이 있어서 나머지 29일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

혈당 수치를 기록하는 다이어리는 이제 제 인생의 작은 역사책이 됐어요. 페이지를 넘기면 알 수 있어요. '아, 이때 프로젝트 마감으로 스트레스 받았구나', '이날은 친구 결혼식이었지!' 숫자로 기록된 제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특히 공복혈당이 처음으로 110 아래로 내려갔을 때 기쁨에 겨워 그린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볼 때마다 뿌듯해요.


고혈당 관리는 제게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불규칙했던 생활은 규칙적으로 바뀌었고, 몸의 신호에 더 귀 기울이게 됐어요. 요즘은 일요일마다 양재천 꽃시장에서 작은 식물 한 개를 사와서 키우는 재미에 빠졌어요. 식물도 매일 관리가 필요하잖아요. 제 고혈당 관리처럼요.

3개월 전 재검진에서 공복혈당 98mg/dL를 보고 의사 선생님이 "어떻게 관리하셨어요?"라고 물으셨을 때, 저는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제 방식대로 천천히요." 이제는 오히려 주변 친구들에게 고혈당 관리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 됐네요.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일 다시 시작하면 돼."

작은 변화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몸소 깨달은 2년이었어요.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여러분의 고혈당 관리 여정도 응원합니다! 💪